‘전라도 구례현’ 편을 보면 “오산(鰲山)은 현의 남쪽 15리에 있다.
산 정상에 바위 하나가 있고 바위에 빈틈이 있는데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세상에 전하기를, 도선(道詵)이 예전에 이 산에 살면서 천하의 지리를 그렸다”고 했다.
또한 송광사 16국사 중 한 분인 원감국사 충지는 “오산의 정상에는 좌선암(坐禪巖)과 행도석(行道石)이 있는데, 선각국사 도선과 진각국사 혜심이 연좌(連坐) 수행하였던 유적이다” 고 했다.
원효 연기 도선 진각, 네 성인 머물러…
벼랑에 걸린 제비집처럼 지어진 이곳은 원효, 연기, 도선, 진각 등 네 분의 성인이 머물러 사성암(四聖庵)이라 했다.
진각국사 혜심은 이 ‘제비집’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본체는 곧 남이 없는 무생(無生)이고, 본래 빠름이 없어 무상(無常)을 요달하는 사성암은 하룻밤 사이에도 깨달음을 얻기에 충분한 곳이다.
무수한 세월을 비바람과 함께한 사성암 유리광전의 약사여래는 깎아지른 바위절벽 사이로 중생을 보듬어 안고 계신다.
중생들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약사여래는 “일체의 모든 중생들이 나와 다름이 없고 모든 질병과 고통이 없을 것” 등 12가지 큰 서원을 세워서 인간과 부처가 같음을 일깨워 주신 분이다.
약사여래께서 “소원을 말해봐!” 그래서일까? 사성암을 오르는 계단에는 온통 중생의 소원으로 가득 차 있다.
사성암 유리광전은 천지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날아가는 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초승달과 눈 맞춤을 한다. 지붕은 날아갈 듯 떠 있고 지상으로 뻗은 기둥은 길게 섬진강을 향한다.
기존의 생각을 깨어버린 발상과 주변과 어울리는 아름다움은 가히 최고이다.
매천 황현은 사성암의 전각과 부처님, 스님의 모습, 섬진강의 멋진 모습을 중국 천태산에 비겨 사성암의 풍광을 시로 표현하였다.
“갈라진 절벽 하늘가로 청산은 비껴 서있고(石裂天垂積翠橫)/ 거센 바람은 끝없이 벽 사이에서 나오는데(剛風無際壁間生)/ 들판을 향한 흰 물결 강줄기는 가느다랗고(崩雲向野江流細)/ 검푸른 기와지붕 공중에 달아 불좌는 밝네(紺瓦懸空佛座明).”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 약사여래
약사여래는 어떤 모습일까? 늠름한 3.9m의 큰 키, 깨달음을 증명하는 목의 삼도, 불쑥 솟은 육계, 중생의 아픔을 듣는 큰 귀, 굽어 살피는 눈, 두툼한 입술, 오른손은 설법인(說法印)으로 “만병의 원인은 집착에서 생긴다”고 말씀하시고, 왼손은 중생의 병을 고치려고 약합을 들었다.
신광과 두광은 위엄이 서려 있고, 법의를 나부끼며 중생 곁으로 걸어 나오시는 모습이다.
이 약사여래는 원효스님이 하룻밤 사이에 바위에 손톱으로 새겼다는 전설이 있다. 유리광전 난간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풍광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이다.
휘감아 도는 섬진강으로 큰 자라가 나아가는 풍수지리를 목격하면, 도선국사가 이곳에서 지리서를 쓴 마음의 한 자락을 헤아릴 것도 같다.
사성암을 품은 오산은 기암괴석이 많아 소금강이라 부르는데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신선대, 관세음보살이 앉은 관음대, 두 바위에서 참선을 하였다는 좌우선대, 향불을 켜고 을 한 향로대와 배석대 등 열두 개의 너럭바위에서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관조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오산(鼇山)은 동해에 있는 큰 자라가 등 위에 받치고 있는 산이라는 뜻이라 더욱 신령스럽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인 경관을 내려준 대자연의 은혜는 쓸모없다고 버려두었던 우리의 산천이 보석처럼 빛난다.
인근 광양의 백운산, 순천의 조계산, 광주의 무등산, 구례의 지리산이 동남서북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아래로는 섬진강의 아름다운 노을과 황금빛 논밭 그리고 마을, 위로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구례의 가을 하늘이 펼쳐진다.
육방 공양하면 걱정이나 두려움 없어
경이로운 육방(六方)에 경건한 마음으로 절을 올린다.
동방 백운산을 바라보며 백운처럼 무상한 세월 머리 희도록 변함없이 보살펴 주신 부모님에게 여생 받들어 모자람 없게 해드리고 돌아가신 부모님에게는 극락왕생하시길 빕니다.
승보종찰이 있는 남방 조계산을 향해 무생(無生)을 깨달으신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부부지간은 서로 평등하다는 것을 일러준 서방 무등산을 바라보며 부부지간 서로 대접하기를 예의로써 하겠습니다.
북방 지리산을 향해 한 핏줄의 인연을 넉넉히 품어주어 서로 보호하고 칭찬하는 가족이 되겠습니다.
하방(下方) 섬진강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나의 생이 유지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상방(上方)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내게 행복한 삶을 이끌어 하늘의 길을 열어 보인 부처님께 절 올립니다.
이렇게 육방에 예경하니 내가 성인이 된 듯 너그럽다.
부처님은 선생동자(善生童子)에게 “이렇게 육방에 공양해 받들면 그는 안온하여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고려시대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도망갔다는 전설이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자를 붙여 섬진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특히 구례의 섬진강을 잔수(潺水)라 하는데, 원효스님이 이곳에서 수도할 때 물소리가 시끄럽자 어머니를 위해 강물을 잔잔하게 흐르게 하여 사람들이 ‘잔수’라 불렀다고 한다.
사성암에서 지리산의 덕을 알고 섬진강의 지혜를 배운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오산을 끼고 도는 섬진강은 사성암에서 바라보아야 제 멋이다.
풍요로운 들판과 함께 노을빛이 바위를 물들이면 황금색으로 빛나는 약사여래, 붉게 타는 섬진강의 잔물결, 둘러쳐진 산의 물결을 내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사성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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